일단 당대의 조선인 상업자본이 일거에 몰락하는 일은 없어지겠지만,
조선인 상업가가 죄다 몰락하지 않은 덕분에 이들이 정부에 내는 각종 세금이 일시에 사라지는 일도 없을 것이므로 경술국치 이후에 대한제국 정부-정확히는 통감부를 인수한 조선총독부가 적자재정을 메우기 위해 일본 본국으로부터 받는 전입금 규모는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전입금 자체가 없을 수도 있겠다.
일설로는 일본 본국으로부터 조선총독부로 보내는 자금은 2개 사단을 유지하는 군사비였다고 하는데, 이것이 맞다면 불량통화들까지 양화인 제일은행권과 일대일로 교환하는 경제적으로는 바보스러운 조치가 궁극적으로는 식민지 방위에 사용하기 위해 본국 재정에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야마나시ㆍ우가키 군축의 규모를 줄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까지 발생할 수 있겠다.
1:1로 교환할 때의 단점이야 주조차익을 맛볼 수 없고 인플레이션이 악화되며 일본자본에 의한 조선경제 지배가 힘들어진다는 것이지만, 어차피 자본이 정경유착을 하지 않으면 장기간 존속하기 어려운 것은 조선이나 일본이나 매한가지이던 시기라서 1910년대 안으로 조선 토착자본은 총독부 체제의 일본자본에게 순응하게 될 것이다.
사실, 단기적 이익에 매몰된 나머지 장기적인 식민통치에 악영향을 미친 것은 화폐정리사업만이 아니다. 토지조사사업도 마찬가지라고 하겠는데, 동양척식회사에 폭탄을 던진 나석주 의사는 낮은 소작료와 무기한 경작권 보장 덕분에 장기간-백여 년 이상- 실질적인 토지소유자가 되면서 중농의 생활을 누리던 궁방전 등의 국유지 소작농 집안이었으나 토지조사사업 과정에서 동척의 소작농으로 추락하여 심한 소작료 부담에 시달리다 빈농으로 추락까지 한 집안 출신자였다.
나석주의 경우는 극단적이라고 하여도, 토지조사사업이 기존의 전통적인 토지관계를 깊이 고려하지 않고 강력하고 일률적인 행정편의주의로 진행하다 보니 이영훈 발표 이전에 떠돌던 온갖 부작용들이 속출하는 것은 필연이었다. 이영훈의 관련 글에서 나오는 것처럼 제대로 토지조사가 이루어져서 토지 소유가 확정된 농민은 드디어 온전히 자기 땅이 되었다고 울부짖으며 환희를 했다는데, 토지조사사업과 관련된 야담들 중에서 이영훈이 소개한 미담은 볼 수 없다는 것은 특정 학파의 농간일까 아니면 너무나 드문 일이었을까.
하여간, 단기적 이익에 매몰된 나머지 장기적인 식민통치에는 악영향을 미친 화폐정리사업이라고 하겠는데, 눈에 보이는 이익은 구체적으로 수량화 관리가 가능하여 행정관료나 경제인들이 선호하게 되지만, 인문적 상상력과 더불어 수량관리도 어려운 눈에 보이지 않는 장기적 이익을 전문적인 행정관이나 경제인에게 기대하기는 어려움을 화폐정리사업이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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